무제(無題)

무제(無題)

무제(無題) 1
 어떤 특정사항이나 사물에 대해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이상 그것을 넘어설 수 없으며, 자신의 무지에 대해 도전하지 않고 그 자체를 외면하려 함은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과 같을 것이다. 무지하면 깨닫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서슴없이 본받아 자아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이와 같은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알고 있을 법한 내용을 우리(본인을 포함한)는 애써 외면하고 기준점도 없는 자신의 사고와 짧은 지식에 매달리고 있다. 그것도 자랑스럽게(!)

무제(無題) 2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scientia est potential)」이라는 명언이 있다 그러나 「아는 것이 병이다(識者憂患)」라는 말도 있다. 진두(陣頭) 지휘 하는 맹장(猛將)도 있지만 후방에서 지휘하는 지장(智將)도 있다. 이와 같이 표면적으로 상호 모순되는 것들은 수도 없이 많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것은 처한 상황이나 대상에 따라 그것이 적절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 같이 사고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단편적인 지식에 근거해 일반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가지 예로 조선일보(朝鮮日報)를 구독하고 안정적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요 근래 화두가 된 고구려 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보수적인 사람일까? 진보적인 사람일까? 우파일까 좌파일까? 갑갑한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흔하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안따까운 일이다.

 보다 사고의 스팩트럼을 넓히기 위해서는 서로 정치적 성향이 다른 신문 두 개를 구독(購讀)하거나, 『KBS 열린 토론』이나 『100분 토론』 등의 토론 프로그램을 시청 또는 청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이전 보다 사고의 폭이나 깊이가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상호 연관이 없는 것을 서로 얽어 매는 – 이것이 저것이고 저것은 그것인 것으로 판단하는 – 분들을 위해서는 요즘 읽었던 『푸코의 진자(Foucault's Pendulum)』를 추천한다.

무제(無題) 3
 윈-윈(win-win)을 추구한다면 상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서로 수렁의 끝을 보고자 한다면 소모적인 논쟁과 상체기만 생길 뿐이 아닐까? 반대를 위한 반대는 어떤 이득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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