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의 모던수필 – 김석송님의 공허증(空虛症)

공허증(空虛症)

 그러나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이 모든 육체의 병이 아니요. 오직 하나인 심중의 공허증(空虛症)이다. 꽃을 보아도 고운 줄을 모르고 경치를 보아도 좋은 줄을 모르고 사랑을 대하여도 기쁨을 잊어버리고 일을 하여도 쾌감을 느끼지 못하는 나. 이 따위 나는 내가 싫어하는 나다. 나는 나의 공허증을 저주하는 한편에 그 주인공 되는 나와 생활을 부정한다.

중략

 그러나 이 증세는 결코 유행성 센티멘털리즘이 아니요 뿌리 깊은 고질인 듯하다.
「조광」, 1936. 7.

 벌써 3땡(?)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정이나 구정에 떡국 한 그릇 먹지 않는다고, 지난 달력을 그대로 둔다고 외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티 맥플라이(Marty McFly)처럼 과거나 미래로 가서 잘못된 일들을 수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는 이해하나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다.

 이전에 읽은 신영복님의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에서 각박한 삶 속에, 시와 수필 그리고 산문 등은 추운 겨울날 아지랑이 오르는 차 한잔과 같다 했는데, 맞는 말인 듯 하다. 그런데 한잔 가지곤 안될성싶다.

원문 출처
향연 – 방민호의 모던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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