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 – 화수미제(火水未濟)

강의

 실패로 끝나는 미완성과 실패가 없는 완성 중에서 어느것이 더 보편적 상황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실패가 있는 미완성은 반성이며, 새로운 출발이며, 가능성이며, 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완성이 보편적 상황이라면 완성이나 달성이란 개념은 관념적으로 구성된 것에 지나지 안습니다. 완성이나 목표가 관념적인 것 이라면 남는 것은 결국 과정이며 과정의 연속일 뿐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오늘날 만연한 ‘속도’의 개념을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속도와 효율성, 이것은 자연의 원리가 아닙니다. 한마디로 자본의 논리일 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도로의 속성을 반성하고 ‘길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로는 고속일수록 좋습니다. 오로지 목표에 도달하는 수단으로서만 의미를 가지는 것이 도로의 개념입니다. 짧은 수록 좋고, 궁극적으로는 제로가 되면 자기 목적성에 최적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모순입니다. ‘길’은 도로와 다릅니다. 길은 길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길은 코스모스를 만나는 곳이기도 하고 친구와 함께 나란히 걷는 동반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일터이기도 하고, 자기 발견의 계기이기도 하고, 자기를 남기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3장 「주역」의 관계론 中 발췌

원문 출처
돌베개 – 신영복의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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